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남자시체 한 구와 죽어가는 여자 한 명이었다.
“ …. “
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상황을 본다. 중상이지만 아직은 살아있는 여자. 피웅덩이 위 널부러진 시체. 그 위에 앉아있는 자신. 아아. 그렇구나. 큰 문제없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. 비슷한 머리색의 여자와 제 약지의 반지와 똑같은 반지를 낀 남자. 분명 가족일테고 저 쪽은 언니 혹은 동생, 이쪽은 남편. 이 피 웅덩이는 저 남자의 배에게 흘러나온 것 같네. 제 손에 들린 나이프에 묻은 진득한 피가 그 범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극명히 말해주고 있었다.
“ 이걸 어쩌지.. 치우기 귀찮네. “
레이디의 첫 살인은 자신의 전남편, 차일드 한리였다. 아마도 부부싸움 중 일어난 우발적 살인. 옆의 여자는 그 원인제공자. 흐릿한 기억으로 확신할 수 있는건 저 남자는 죽을 짓을 했고 비슷한 놈들이 많다는 것 쯤이려나. 그럼 뭐 어쩌겠어. 움직여야지. 아직 살아있는 여자를 위해 집을 나와 자진해서 신고를 하고 도망쳤다.
“ 이제 어디로 간담~ 흠… “
나이프를 돌리며 거리를 걷는다. 이제 어디갈까. 어디서 뭘 할까. 집 방향이 한창 소란스러운 것을 보니 경찰이 온 것 같네.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저 길을 걷는다.